어릴 때는 시간이 정말 느렸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놀다 보면 하루가 엄청 길게 느껴졌고, 방학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생일 같은 날은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오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자꾸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벌써 금요일이야?”
“아니 벌써 6월이라고?”
“올해 한 게 없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
예전에는 이해 못 했는데, 어른이 될수록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신기한 건 실제 시간이 빨라진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뇌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새 학년, 새로운 친구,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가보는 장소처럼 기억할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은 뇌에 강하게 남기 때문에 하루도 길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일상이 점점 익숙해집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길로 이동하고, 늘 하던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 줄어들고, 시간이 훅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가끔은 아주 작은 변화만 줘도 하루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맨날 가던 카페 말고 다른 곳 가보기.
집 갈 때 일부러 다른 길로 걸어가기.
평소 안 먹던 메뉴 주문해보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작은 변화들이 하루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또 신기한 건, 어른이 될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만큼 “약속 잡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다음 주에 보자!” 했는데,
이제는 서로 스케줄 확인하다가 “그럼 다음 달 가능?”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리고 막상 만나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우리 진짜 바쁘게 산다…”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가냐…”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시간을 아끼며 사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시간이 너무 빨라 아쉽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특별한 하루보다도 평범한 하루를 잘 보내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맛있는 거 먹고, 날씨 좋다고 한 번 웃고, 별일 없이 하루 끝나는 것.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 기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은 계속 빨라지겠지만,
가끔은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는 하루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